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선 병적 행위: ‘전리품 수집’의 심리학적 기원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대량의 속옷 절도 사건은 단순히 경제적인 이득을 위한 일반적인 절도죄의 범주를 넘어섭니다. 특히 ‘호기심에 130장’과 같이 규모가 비정상적으로 큰 범죄는 행위자의 내면에 복잡하고 위험한 심리적 요인, 즉 병적인 집착과 충동 조절 장애가 깊이 얽혀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러한 행위를 심리학적으로 해석할 때는 단순한 ‘도벽’으로 알려진 클렙토마니아(Kleptomania)와 구별해야 하는 ‘성도착적 절도(Fetishistic Theft)’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엄청난 양의 특정 물품을 반복적으로 훔치는 행위는 대개 그 물건 자체를 소유함으로써 심리적 만족, 성적 흥분, 또는 통제감을 얻으려는 시도입니다. 이는 개인의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를 외부에 표출하는 위험한 징후입니다.
절도의 목적: 경제적 가치 vs. 성적 전리품(Trophy Collection)
일반적인 절도는 훔친 물건을 되팔아 금전적 이익을 취하거나, 직접 사용함으로써 만족을 얻는 행위입니다. 하지만 대규모 속옷 절도 사례에서 훔친 물품들이 실제로 사용되거나 유통되지 않고, 은밀한 공간에 보관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은 이 행위의 근본적인 동기가 물건의 경제적 가치와는 무관함을 보여줍니다. 100장이 넘는 속옷을 수집하는 행위는 ‘전리품 수집(Trophy Collection)’의 형태를 띠며, 이는 특정 물건이 피해자에 대한 통제감이나 성적 환상을 충족시키는 매개체 역할을 할 때 발생합니다. 범죄자는 물품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강화하고, 현실에서는 얻기 힘든 통제된 환경에서의 성적 만족을 얻으려 합니다. 이 과정에서 물건의 양이 곧 집착의 크기이자 만족의 수준을 나타내게 됩니다.
집착의 핵심: 물신 숭배(Fetishism)와 성도착적 절도의 연관성
대량 속옷 절도의 심리적 배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도착증(Paraphilia)의 한 형태인 물신 숭배, 즉 페티시즘(Fetishism)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수적입니다. 페티시즘은 무생물이나 신체의 비성적인 부분에 대해 성적 흥분을 느끼는 상태를 의미하며, 특히 속옷과 같은 의류는 성적 대상물을 대신하는 대표적인 페티시 물건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물건을 ‘훔치는’ 행위는 단순히 소유하는 것을 넘어, 금지된 행위를 통해 얻는 강렬한 긴장과 성취감이 결합되어 성적 만족감을 극대화합니다.
절도 행위는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물건을 손에 넣는 순간 그 긴장이 해소되면서 강력한 쾌감을 느끼게 합니다. 이 과정은 중독성이 매우 강하여 범죄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더 많은 양의 물건, 더 큰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를 반복하게 됩니다. 특히 속옷은 피해자(주로 여성)의 은밀함과 사생활을 침범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기 때문에, 범죄자에게는 더욱 강력한 성적 전리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닙니다. 이처럼 절도는 성적인 환상을 현실화하고, 그 물건의 소유를 통해 자신의 성적 욕구를 통제하고 발산하는 왜곡된 메커니즘으로 작동합니다.
클렙토마니아와 성도착적 절도의 결정적 차이
일반적으로 물건을 훔치는 행위는 ‘도벽’으로 알려진 클렙토마니아로 오인되곤 합니다. 그러나 두 심리적 상태는 동기 면에서 명확히 구분됩니다. 클렙토마니아는 물건의 가치나 용도와 관계없이 ‘훔치려는 충동 자체’를 조절하지 못해 발생하는 충동 조절 장애입니다. 훔친 후에는 대개 죄책감이나 후회를 느끼며, 훔친 물건에 대한 애착이 크지 않아 버리거나 남에게 주기도 합니다. 즉, 클렙토마니아의 주된 동기는 긴장 해소와 충동 만족입니다.
반면, 성도착적 절도(Fetishistic Theft)는 훔치는 물건이 특정 성적 페티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절도의 목적은 긴장 해소가 아닌, ‘특정 물건(속옷, 양말 등)을 소유함으로써 얻는 성적 흥분 및 만족’입니다. 훔친 물건은 버려지지 않고 수집되어 보관되며, 반복적으로 이를 바라보거나 만지는 행위 등을 통해 성적 자극을 얻습니다. 130장이라는 대량의 수집 행위는 충동 조절 장애의 요소도 포함하고 있지만, 물품의 종류가 일관되고 수집의 양이 많다는 점에서 클렙토마니아보다는 성도착적 집착에 의한 범죄일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범죄 심리의 위험한 진화: 집착이 통제를 넘어설 때
모든 병적인 수집 행위가 곧바로 범죄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속옷 절도와 같이 타인의 재산과 사생활을 침해하는 방식의 수집은 집착이 위험 수위를 넘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이러한 심리 상태는 몇 가지 위험한 단계를 거치며 발전합니다.
1. 환상 단계와 충동의 강화
처음에는 특정 물건에 대한 순수한 성적 환상이나 흥미로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 환상을 현실에서 충족시키려는 강한 충동으로 발전합니다. 이는 주로 사회적 관계나 성적 관계에서 좌절감이나 고립감을 느끼는 경우에 대리 만족의 형태로 표출됩니다.
2. 대상의 물화(Objectification) 및 자기 합리화
범죄자는 피해자의 물품을 훔치면서 피해자 자체를 인간으로 존중하기보다,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대상’으로 물화(Objectification)시킵니다. 이 과정에서 ‘호기심’이나 ‘일탈’이라는 명목으로 자신의 범죄 행위를 합리화하며 죄책감을 회피합니다. 이러한 합리화 기제는 범죄의 반복을 용이하게 만듭니다.
3. 통제 불능과 에스컬레이션
반복적인 성공(절도 성공) 경험은 범죄자에게 일시적인 통제감과 만족감을 주지만, 근본적인 심리 문제는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만족의 역치는 점차 높아집니다. 이로 인해 훔치는 물품의 양이 늘어나거나(130장), 범행 방식이 대담해지며(주거 침입 등), 더 나아가 성범죄로 에스컬레이션 될 위험성을 내포합니다. 사소한 물건 절도에서 시작된 집착이 강력 범죄의 전조가 될 수 있다는 경고는 이러한 에스컬레이션 위험성 때문에 나옵니다.
심리 치료와 사회적 개입의 필요성: 범죄의 재발 방지
이러한 범죄 심리는 단순히 처벌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습니다. 성도착적 절도 행위는 충동 조절 및 성적 왜곡과 관련된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이기 때문에, 범죄자에게는 법적 처벌과 함께 전문적인 심리 치료가 필수적입니다. 치료는 인지행동치료(CBT)를 통해 왜곡된 성적 사고방식을 교정하고, 충동 조절 능력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또한, 기저에 깔린 우울증, 불안 장애, 또는 사회적 고립감을 해결하기 위한 심리 상담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법률적 측면에서는 이러한 행위를 단순한 재산죄가 아닌, 성적 동기가 포함된 범죄로 인식하고 피해자에게 가해지는 심리적 피해를 명확히 인정해야 합니다. 피해자의 입장에서는 단순히 물건을 잃은 것을 넘어선 사생활 침해와 불안감을 경험하기 때문입니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이러한 병적인 집착 행위가 심각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각심을 높이고, 잠재적 위험 신호를 조기에 발견하여 개입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량의 특정 물품 절도 사건은 사회에 만연한 정신 건강 문제를 반영하는 거울일 수 있습니다. ‘호기심’이라는 단순한 변명 뒤에 숨겨진 병적인 집착과 충동을 정확히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와 강력한 사회적 감시를 통해 더 큰 범죄로의 진화를 막는 것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중요한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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